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다고 해서, 꼭 서로를 이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현실 속 부모와 자녀는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각자의 세상에 갇혀 대화가 줄어들기 쉽습니다. 특히 사춘기를 지나며 감정 표현이 서툴러지는 자녀나, 바쁜 일상에 지쳐버린 부모라면 더더욱 그렇죠. 이럴 때 함께 보기 좋은 드라마 한 편은, 단순한 TV 시청을 넘어 공감과 소통의 작은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실제로 가족과 함께 시청하며 감정의 벽을 조금씩 허물 수 있었던 세대 공감, 감정 공유, 대화 유도에 효과적인 드라마 3편을 진심을 담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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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2022)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입니다.
이 드라마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가 로펌에서 변호사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편견을 깨는 따뜻한 시선과 유쾌한 전개, 그리고 무엇보다 다름을 존중하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저는 고등학생 조카와 이 드라마를 처음 봤을 때, 사실 걱정도 조금 있었습니다.
조금은 낯선 설정이나 캐릭터가 아이에게 거리감을 줄 수 있진 않을까 싶었죠. 하지만 그런 우려는 1화가 끝나기도 전에 사라졌습니다. 조카는 우영우가 고래를 이야기하며 기뻐하는 장면에서 함께 웃었고,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에 숨은 의미를 생각하게 되더군요.
특히 어느 날, 조카가 “우리 반에도 영우처럼 조용한 애 있는데, 괜히 생각나더라”라고 말했을 때, 그게 이 드라마가 가진 진짜 힘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드라마가 누군가를 이해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는 순간이었죠. 자녀와 함께 보기에 부담 없고, 오히려 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이야기로 꽉 찬 작품입니다.
2. 응답하라 1988 (tvN, 2015)
세대를 초월한 공감의 교과서 같은 드라마, 바로 ‘응답하라 1988’입니다. 1980년대 후반 서울 쌍문동을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다섯 가족의 일상과 청춘, 그리고 부모 세대의 희생을 따뜻하게 그려냅니다.
특히 자녀 세대에겐 ‘부모도 누군가의 청춘이었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중학생 아들과 함께 보기 시작했는데, 초반엔 배경이나 복장이 낯설어서인지 크게 흥미를 보이지 않더군요.
하지만 극 중 덕선이와 친구들이 서로 장난치고 고민 나누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고, 어느새 주인공들의 성장과 사랑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마지막 회 즈음, 저에게 “엄마도 저 때 친구들이랑 밤늦게 돌아다녔어?”라고 물으며 처음으로 제 학창 시절을 궁금해한 순간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날 이후, 아들과의 대화가 훨씬 자연스러워졌고요.
이 드라마는 부모의 과거와 자녀의 현재를 연결하는 정서적 다리가 되어줍니다. 다양한 감정선이 공존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내기 때문에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해도 부담이 없습니다.
3. 눈이 부시게 (JTBC, 2019)
마지막으로 추천드릴 드라마는 ‘눈이 부시게’, 제목만큼이나 삶의 순간순간이 찬란하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시간을 되돌리는 판타지 설정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감동적입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부모님, 형제, 그리고 사춘기 조카들과 함께 봤을 때, 모두가 조용히 빠져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김혜자 배우가 연기한 노년의 삶은, 나이가 들수록 삶이 단순해지는 게 아니라 더 많은 감정과 기억을 품게 되는 시기임을 알려줍니다.
드라마가 끝난 날, 조카가 “젊을 땐 시간이 많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겠구나…”라고 하더군요. 그 한마디에 저는 마음이 벅차올랐습니다. 이 작품은 자녀에게는 인생에 대한 생각을, 부모에게는 자녀에게 하지 못한 말 한 마디를 전하게 만들어줍니다.
슬픔을 억지로 끌어내는 전개가 아닌, 진심을 꺼내게 만드는 잔잔한 울림이 있어 자녀와 함께 보기 좋은 작품입니다. 보는 사람의 삶의 시점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선으로 다가오는, 그런 깊은 드라마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다름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법을,
‘응답하라 1988’은 세대 간의 감정 공유와 추억 소환을,
‘눈이 부시게’는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줍니다.
자녀와 눈을 맞추고 진심을 나누는 일이 점점 어려워진 지금, 한 편의 드라마가 대화의 시작이자 공감의 마중물이 될 수 있습니다.
주말 저녁, 같이 소파에 앉아 같은 장면을 바라보며 함께 웃고, 울고, 이야기해보세요. 그 시간이 바로 자녀와 다시 연결되는 특별한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