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이 되면 언제나 고민이 됩니다. 멀리 나가자니 더울 것 같고, 집에만 있자니 심심할 것 같고요. 그래서 올해는 ‘집콕 휴가’를 선택했는데, 의외로 만족스러웠던 건 디즈니+ 덕분이었습니다.
그냥 시간 때우려고 보기 시작한 드라마들이 하나같이 몰입도도 좋고, 감정적으로도 묵직하게 남더라고요.
이 글에서는 제가 실제로 휴가 중에 봤던 디즈니+의 드라마 3편을 중심으로, 왜 좋았는지 ‘사람 입장에서’ 솔직하게 추천해드릴게요.
1. ‘완다비전’ - 상실의 감정에 빠져들다
사실 마블 시리즈는 다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히어로들이 세계를 구하고, 악당을 무찌르고. 그런데 ‘완다비전’은 전혀 달랐습니다. 제가 이 드라마에 빠졌던 건, '감정' 때문이었어요.
완다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픔 속에서 현실을 왜곡해버립니다. 초반엔 흑백 시트콤이라 약간 낯설었는데, 회차가 지나며 점점 정체가 드러나고, 그 슬픔의 깊이를 체감하게 되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회차마다 조금씩 변해가는 시대 배경과 세트가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마치 완다의 마음속이 시대마다 변화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휴가 중 어느 날 새벽까지 정주행했는데, 마지막 회를 보고 나서 한참 멍하니 있었어요. 무언가를 잃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특히 이 드라마가 울림이 클 겁니다. 그냥 히어로물이 아닙니다. 감정 드라마에 가까워요.
2. ‘로키’ - 혼란스러운 내 삶에 위로가 되다
사실 ‘로키’는 처음부터 볼 생각은 없었어요. 주변에서 “로키는 꼭 봐야 돼”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그냥 틀어봤는데, 생각보다 철학적인 내용이 많아서 놀랐어요. 시간, 운명, 자아 같은 개념들을 다루는데, 마치 제 고민을 드라마로 보는 느낌이랄까요?
로키는 TVA라는 시간 관리 기관에 붙잡히면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돌아보게 됩니다. 처음엔 유쾌한 성격으로 보이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점점 진지해지죠. 저도 그 시기에 진로 문제로 고민이 많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살아왔을까?” 하는 생각이 로키의 대사와 겹치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TVA 요원 ‘모비우스’와의 케미가 너무 좋아요. 약간 친구 같기도 하고, 때론 형 같기도 하고요. 이 드라마는 단순한 액션물이 아니라, 보는 사람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에요. 몰입감은 물론이고, 보는 내내 내가 ‘누구인지’ 돌아보게 합니다.
3. ‘호크아이’ - 큰 이야기보다 소소한 온기
마블 영화 중에서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는 단연 ‘호크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지 이 드라마는 시작부터 부담 없이 볼 수 있었어요. 제가 이걸 봤던 건 휴가 마지막 날이었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나고, 따뜻한 느낌이 그리웠거든요.
이 드라마에서 가장 좋았던 건, 가족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이 얼마나 귀중한지 느끼게 해준다는 점이에요. 주인공 클린트는 세계를 구한 영웅이지만, 이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은 평범한 아빠입니다. 그런데 과거의 그림자가 다시 등장하면서 휴가가 순탄치 않게 흘러가죠.
이 과정에서 새로운 히어로 ‘케이트 비숍’이 등장하는데, 이 친구가 정말 매력적이에요. 제가 마치 그녀의 성장을 지켜보는 가족처럼 느껴졌달까요? 액션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인간적인 드라마라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호크아이’를 보면서 문득 제 가족도 생각났어요. 우리가 얼마나 자주 서로를 외면했는지, 또 얼마나 가까이 있었는지를요. 휴가 마지막 날 보기 딱 좋은 드라마였어요. 가볍게 시작해서 마음에 오래 남더라고요.
휴가 중 드라마를 몰아보는 건 흔한 일이지만, 감정적으로 이렇게 깊이 남은 건 처음이었습니다. ‘완다비전’은 상실을, ‘로키’는 자아를, ‘호크아이’는 관계를 이야기합니다. 셋 다 방향은 다르지만, 결국은 ‘사람’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죠.
디즈니+는 단순히 화려한 연출만이 아니라, 마음에 오래 남는 이야기들을 품고 있습니다. 올 여름 휴가엔 밖으로 나가는 대신, 이 세 드라마와 함께 ‘내 안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